기원전 600년 그리스에서 우연히 정전기가 발견됐지만 전기가 과학적으로 증명되고 실용화되는 데는 기나긴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18세기 이후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한 많은 과학자들의 전기에 대한 발견과 발명의 역사를 알아보겠습니다.
호박에서 전기를 만나다
기원전 600년 그리스의 철학자 탈레스는 귀금속인 호박을 헝겊 등으로 문지르면 먼지나 깃털 같은 가벼운 물체를 끌어당긴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나중에 이 현상이 마찰 전기 때문에 생긴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마찰 정전기(Static Electricity)라 알려졌습니다. 이 발견으로 탈레스는 역사상 최초의 전기 연구자로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전기(電氣, Electricity)란 양, 음의 부호를 가진 두 종류의 전하가 나타내는 여러 가지 자연현상으로 물질 내 전자의 이동으로 생기는 에너지를 뜻합니다. 탈레스의 발견을 기념해서 호박을 뜻하는 그리스어 엘렉트론(Elektron)에서 이름을 따서 일렉트리시티(Electricity)라고 부르게 됐습니다.
18세기까지의 전기
탈레스 이후 오랜 시간 동안 전기는 단순한 호기심의 대상에 불과했습니다. 1600년 영국의 과학자 윌리엄 길버트는 전기와 자기에 대한 연구로 자철석 효과와 정전기 효과는 서로 다른 것임을 구분해 냈습니다. 길버트는 지구가 하나의 큰 자석이라고 했고 자극을 N극, S극이라고 명명했습니다. 1729년 영국의 그레이를 시작으로 유럽을 중심으로 전기에 대한 다양한 연구와 발견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레이는 전기가 선을 타고 움직인다는 것을 보여준 최초의 실험을 통해 전기를 잘 전달하지 못하는 부도체와 전기를 잘 전달하는 도체를 발견했습니다.
1746년 네덜란드의 뮈센브루크는 전기를 담을 수 있는 라이덴병(Leyden jar)을 만들었는데 최초의 축전기라 할 수 있습니다. 라이덴병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전기에 흥미를 가지게 된 미국의 프랭클린은 1752년 비 오는 날 연을 날려 번개로 라이덴병을 충전시켜 번개가 전기임을 입증했습니다. 이후 피뢰침을 발명하여 많은 사람의 목숨을 번개로부터 지켰습니다. 1780년 이탈리아의 갈바니는 죽은 개구리를 해부하다가 다리가 움찔거리는 것을 보고 생체 속에 전기가 있고 근육을 움직인다고 결론 내리면서 동물 전기가 존재한다고 주장했습니다. 1785년 프랑스의 쿨롱은 전하 사이의 힘에 대한 이 법칙인 쿨롱의 법칙을 발견합니다.
19세기의 전기
19세기 초에는 전기과학이 발전했고 19세기 말에는 전기공학의 진보가 이루어졌습니다. 1800년 이탈리아의 볼타는 아연판과 구리판을 겹쳐 만든 볼타전지(Volta cell)를 발명했습니다. 볼타전지는 정전기가 아니라 흐르는 전기를 이용해서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전지였습니다. 전류가 흐르기 위한 전위차 또는 전압의 단위를 나타내는 V(볼트)는 볼타의 이름에서 따온 것입니다. 1827년 독일의 옴은 ‘전류는 열의 흐름과 비슷하고 전압은 온도차와 비슷하다’는 옴의 법칙으로 전압과 전류의 개념을 설명했습니다. 저항의 단위로 쓰이는 옴((Ω)은 그의 이름에서 따온 것입니다.
1831년 영국의 패러데이는 자석의 힘을 전기로 바꾸는 전자기유도 법칙을 발견했고 이로 인해 발전기를 만들기 위한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되었습니다. 1840년 영국의 줄은 발열량은 저항값에 비례하고 전류의 제곱에 비례한다는 줄의 법칙을 발표했습니다. 열량(에너지)의 단위인 j(줄)은 그의 이름을 딴 것입니다. 1864년 영국의 맥스웰은 전자기를 표현하는 20개의 방정식인 맥스웰 방정식으로 전자기 법칙을 정리했고 전자기파의 존재를 예측했습니다.
1866년 독일의 지멘스는 실용적인 발전기를 발명했고 발명왕 에디슨도 이 발전기를 이용했습니다. 1879년 미국의 에디슨은 백열전구를 발명했고 전구를 보급하기 위해 1882년 최초의 상업발전소인 뉴욕 발전소를 세웠습니다. 3대의 직류 발전기로 3000여 개의 백열전구에 전력을 공급했습니다. 1888년 독일의 헤르츠는 전자기파의 존재를 증명하고 공간을 통해서 전자기파로 신호를 보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1895년 독일의 뢴트겐은 정체를 알 수 없어 X선 (X-ray)이라 이름 붙인 방사선을 발견했습니다. 뢴트겐선이라고도 불리는 X선은 고속 전자의 흐름을 물질에 충돌시켰을 때 생기는 파장이 짧은 전자기파를 말합니다. 1897년 영국의 톰슨은 음극선관 실험으로 원자(Atom)를 이루는 전자의 존재를 증명했습니다.
20세기 이후의 전기
1905년 아인슈타인은 금속 등의 물질에 일정한 진동수 이상의 빛을 비추었을 때, 물질의 표면에서 전자가 튀어나오는 현상인 광전효과를 발견했습니다. 광전효과는 태양광판을 비롯한 광검출기에 이용되는 원리로서 오늘날 상업적 전기 생산에도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1942년 페르미는 미국 시카고 대학에서 우라늄 핵분열 연쇄반응 실험에 성공하면서 세계 최초로 원자로를 완성했습니다. 1954년 구 소련에서 세계 최초의 원자력 발전소인 오브닌스크(Obninsk)가 가동된 것을 시작으로 1956년 영국의 콜더홀(Calder Hall) 원자력 발전소, 1957년 미국의 쉬핑포트(Shippingport) 원자력 발전소가 운전을 개시하였습니다.
우리나라의 전기
1887년 경복궁 건청궁에서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전등불이 밝혀졌습니다. 1898년 한성전기회사가 설립되었고 1944년 수력자원이 풍부한 압록강, 두만강, 장진강 등에 수력발전소를 건설했고 당시 동양 최대인 60만 kw의 수풍 수력발전소를 완공했습니다. 1948년 남한은 전력 사용량의 70%를 북한에 의존했는데 북한의 일방적인 5.14단전으로 심각한 전력난을 겪었습니다. 1961년 한전이 창립되면서 점차 농어촌과 산골, 섬에도 전력을 공급했습니다. 1978년 고리원자력 발전소가 준공되면서 원자력 발전 시대가 개막했고 2009년 원전 강국인 프랑스, 미국 등을 제치고 신형 가압경수로인 한국형 원전을 UAE(아랍에미리트)에 수출했습니다.
다른 실용과학의 역사와 마찬가지로 전기에 대한 발견과 발명의 역사도 대부분 유럽과 미국에 의해 씌어졌습니다. 우리나라는 그 과정에는 참여하지 못했지만 최근 원자력 부문에서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하면서 새로운 시대에 도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