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가 없는 하루를 상상하기도 힘들 만큼 바퀴는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상의 한 부분이 됐습니다. 무수히 많은 자동차 바퀴들이 특별할 것도 없어 보이지만 바퀴가 처음 발명되고 오늘 내 눈앞에서 무심히 굴러가기까지 수천 년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메소포타미아의 바퀴부터 내 자동차의 바퀴까지 그 역사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바퀴 이전
바퀴(輪,Wheel)란 둥근 틀에 축을 달아서 회전할 수 있게 만든 도구입니다. 흔히 둥근 틀만 바퀴로 생각하기 쉽지만 회전하는 축이 연결되어야 온전히 굴러가는 바퀴의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바퀴는 큰 마찰력을 작은 마찰력으로 바꾸는 역할을 합니다. 물건을 밀 때보다 굴릴 때 마찰력이 작아진다는 걸 생각하면 쉽게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바퀴가 있으면 마찰력이 줄어들어 작은 힘으로 무거운 물건을 옮길 수 있습니다.
바퀴가 없었을 때는 어떻게 무거운 짐을 옮겼을까요? 나무토막을 널빤지처럼 엮거나 나무조각에 끈을 매달아 만든 나무썰매로 짐을 운반했다고 하는데 기원전 7천 년 경부터 나무썰매가 사용됐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기원전 6천 년 경 북유럽의 스칸디나비아 반도와 미국 알래스카에서는 소가 끄는 나무썰매가 이용되었다고 합니다. 나무썰매 밑에 굴림대를 받쳐 굴리는 방식은 고대 이집트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이용됐는데 피라미드는 굴림대로 무거운 대리석들을 옮겼기 때문에 만들 수 있었습니다.
바퀴의 발명
바퀴는 메소포타미아(지금의 이라크 지역)에서 기원전 4000년 경 처음 사용됐다고 알려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통나무를 원통 모양으로 잘라서 바퀴로 만들었는데 나무를 통채로 쓰기 때문에 바퀴에 빈틈이 없고 무게도 무거웠습니다. 바퀴는 토기를 만들 때 쓰는 도자기 물레에 사용되다가 3500년경 바퀴 달린 탈것에 사용됐다고 합니다. 이즈음 인도와 중국에서도 바퀴를 사용한 것으로 보이고 중국에서는 황제 헌원 씨(黃帝 軒轅氏)가 만들었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최초에 만들어진 통나무 원통형 바퀴는 나무 결이 약한 부분으로 인해 원판이 잘 부서지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바퀴의 강도를 높이기 위해 널빤지 여러 장을 겹쳐 붙인 합판 바퀴가 나왔는데 세 조각의 두꺼운 판자를 맞추어 구리 못을 박아 만든 형태로 발전했습니다. 메소포타미아 수메르족의 우르 왕조 시대에는 바퀴 두 개를 고정된 축에 끼워 최초의 이륜 수레를 완성했습니다. 이륜 수레는 물건을 운반하기 위해 사용됐고 신분이 높은 사람들이 탈 수 있는 4륜 수레도 만들었습니다. 이륜 수레를 4마리의 나귀가 끌어 전장에서 쉽게 이동할 수 있는 전쟁용 수레인 전차도 만들었습니다.
바퀴의 진화
수레 이용이 늘어나면서 바퀴의 형태도 점차 진화하여 바퀴살이 있는 가벼운 바퀴로 발전했습니다. 바큇살로 바퀴를 만들면 기존의 통나무 바퀴보다 무게를 줄일 수 있어 수레 전체의 무게도 줄일 수 있었습니다. 바큇살이 있는 바퀴는 부품을 이어서 만들기 때문에 바퀴를 더 크게 만들 수 있었고 큰 바퀴로 장애물을 잘 넘어서 달릴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바큇살 바퀴는 기원전 2000년경 히타이트에서 등장했는데 축대를 끼우는 중심 바퀴통과 테두리의 바퀴를 4~6개의 바큇살로 연결하는 형태였습니다. 히타이트는 최초로 바큇살 바퀴를 전차 제작에 활용해서 전투에서의 기동력을 높였습니다. 전쟁으로 영토를 넓히던 고대 왕국들에게 전차 제작에 핵심적인 바큇살 바퀴에 대한 수요는 매우 높았습니다. 바큇살 바퀴가 확산되면서 수차, 톱니바퀴, 물레바퀴 등에 다양하게 사용되었고 가볍고 커다란 바큇살 바퀴는 수레 제작 기술의 발전과 결합되면서 육상 수송의 혁명이 시작되었습니다.
바큇살 바퀴를 단 전차는 그리스-로마 시대에도 이용됐고 전쟁에서 핵심적인 병기로 사용되기도 했지만 전차 경주와 같이 여가생활에도 이용됐습니다. 시대가 흘러서 전장에서 물러난 이륜전차는 사륜마차로 변모되었고 상류층 여성들의 장거리 이동수단으로 활용되었습니다. 17세기 무렵 마차를 타는 것은 유럽 전역에서 인기를 끌었고, 증기기관이 발명될 때까지 대표적인 장거리 여행수단으로 사랑받았습니다. 전차나 마차가 확산되면서 바큇살 바퀴도 더욱 확산됐고 19세기까지 바큇살 개수가 늘어난 것 이외에 큰 변화 없이 이어졌습니다.
바퀴의 성능을 높인 타이어
바퀴는 산업혁명 시대를 지나며 고무 타이어의 발명과 함께 새로운 시대를 맞이합니다. 고대에도 금속으로 바퀴의 테두리를 두르는 등 원시적인 형태의 타이어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바퀴의 강도는 높혔지만 바퀴가 딱딱해서 지면의 충격을 그대로 전달해 승차감이 매우 나빴습니다. 1848년 스코틀랜드의 톰슨은 생고무를 금속 바퀴 테에 둘러서 특허를 냈습니다. 고무가 지면을 움켜쥐는 힘으로 바퀴가 지면에 잘 미끄러지지 않고 힘을 더 잘 전달할 수 있게 했습니다. 1887년 아일랜드의 던롭이 현재의 타이어와 같은 방식인 공기압 방식 타이어를 고안했습니다. 프랑스의 미쉐린 형제가 공기압 타이어를 자동차용으로 완성했고 미쉐린 타이어를 장착한 자동차가 자동차경주에서 놀라운 성능을 보이면서 공기압 타이어가 본격적으로 채택되기 시작했습니다. 1931년 미국 듀퐁사가 합성 고무를 만들면서 타이어 품질도 크게 발전하게 됐습니다.
바퀴는 불, 문자와 함께 인류의 3대 발명으로 일컬어집니다. 바퀴의 모습은 얼핏 단순해 보일 수도 있지만 바퀴는 역사는 운송, 교통 뿐만 아니라 전쟁, 농경, 무역, 여가, 여행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